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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작산에서 돌아보다
홍천 119 안전센터 수방 박대규
2020년 1월 20일, 나는 강원도 태백시와 경상북도 봉화군 사이에 있는 태백산을 등반했다. 태백산은 정상의 해발고도가 1566m인 산이다. 이는 계방산과 비슷한 높이이다. 태백산은 대한민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특유의 설경을 보러 등산객들의 방문이 잦은 명소이다.
나는 의무소방으로 복무하기 전에는 등산에 관심이 없어 경험이 적었다. 이후 남궁 규 서장님이 홍천소방서에 부임하셨고, 의무소방대원들에게 계방산과 백우산을 서장님과 함께 등산할 기회를 주시어서 나는 등산에 대해 배웠다.
따라서 나는 이번 등산에 큰 걱정을 하지 않고 별다른 걱정 없이 1월 20일이 되기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치지 않고 안주해 있었다. 태백산은 등산 코스가 해발 800m 이상에 있어 고도 700 미터 정도만 오르면 되고 산세도 그리 험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1월 20일 당일이 되고 태백산을 맞이하는 등산 시작 코스에 섰을 때 까지도, 나는 몇 번의 경험과 태백산에 대한 소문을 과신하여 자만하고 있었다. 그러나 등반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선발대와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숨이 매우 가빠져 호흡이 굉장히 거칠어졌기 때문이었다. 20일이 되기 전, 몸 관리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었는데, 20일이 되기까지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아 발생한 결과였다. 기관지의 불편함에 의해 걸어 올라갈려는 나의 두 다리의 의지와는 반대로 계속 걸음이 늦춰졌다. 수치스러웠고, 오만했던 내가 후회스러웠다.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의무소방대원들과 서장님이 한데 모여 홍총떡을 먹고 수분을 섭취하면서 원기회복을 하였다. 맛좋은 음식으로 얻은 기운과 더불어 거친 호흡에 적응된 나는 등반을 재개하면서 태백산의 절경을 돌아 볼 여유가 생겼다. 한겨울 태백산의 경치는 가히 아름다웠다. 설화 맺힌 나뭇가지들, 잎 없이도 생명력을 뿜어내는 잣나무들, 고풍스런 자태를 뿜어내는 주목들. 그 옆에 눈처럼 백색을 띈 벌새들의 지저귐까지, 산이란 본디 들어갈수록 진정한 모습이 보이고 돌아볼수록 아름답다는 것을 여태의 산행동안 배웠지만 태백산의 겨울 절경은 정말 그 극치에 서 있다고 느꼈다. 서장님의 인도에 따라 우리는 그 모습의 의미를 세세하게 배웠다. 이에 따라 천제단까지 오르는 등반길이 더욱이 즐거웠다.
천제단 부근에 오르자 결국 해냈다는 생각에 일단 감격했다. 그러나 구름위의 해발에 선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거친 눈싸라기와 돌풍은 버티기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 천제단에서 의무소방대원들과 서장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은 정말 즐겼지만, 육체적으로는 천제단에서의 자연의 위대함을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 점심식사를 하였다. 컵라면과 도시락이었다. 지상에서 먹던 음식들에 비견하면 조촐하다고 할 수 있는 식사였다. 그러나 힘든 산행 이후 먹는 음식들은 그 맛이 곱절은 더해진다. 지상에 먹던 고급 음식들보다 맛있게 술술 많이도 먹었다. 이는 분명히 산행의 힘듬을 자처하고 등산객들이 날마다 명산으로 끝없이도 몰리는 이유 중 하나일지라.
하산하는 과정은 순탄했다. 하산 코스가 어려운 산들도 많지만, 태백산은 분명 하산 코스가 순탄한 곳이었다. 경사가 크지 않고 오르막이 적어 산보하는 느낌으로 대원들 및 서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있게 내려왔다. 하산 코스는 등반 코스와 다른 길이었기에, 등반 코스에서는 보지 못한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많이 만나 탐미하였다.
요약하면 계방산과 백우산이 나의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태백산은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이었다. 과오를 돌아보고 고쳐가며 여유 속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을 찾을 줄 알게 되는 것이 이번 산행의 교훈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인생의 발전 기회를 주신 서장님과 의무소방대원들의 안전과 기행을 위해 노력해주신 이동현 반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글을 마친다.